최근 우리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도의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지역 국제인증' 소식을 알리면서 '우리나라 방역관리 수준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기회'라고 홍보했습니다(관련 기사). 주요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기사로 전했습니다.

제주도의 구제역 청정지역 국제인증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박수로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같은 날 대만이 ASF와 구제역에 이어 돼지열병 비백신접종 청정국 국제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는 없습니다(관련 기사).
우리나라와 대만, 그리고 일본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산업이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섬나라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우리나라는 남북 분단 상황으로 사실상 섬처럼 격리되어 있음).
그런데 국가재난 가축전염병 방역 상황만큼은 천양지차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만은 ASF, 구제역, 돼지열병 청정화에 모두 성공하면서 최근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생돈 수출에도 본격 나서는 모습입니다. 일본은 현재 돼지열병이 여전히 문제지만, ASF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오랜 기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 개 나라 중 우리나라만 유독 뒤처져 있습니다. 백신접종, 발생, 이동제한 등이 일상적입니다. 나라만 선진국이지 가축방역은 후진국과 다름이 없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요? 일선 농가뿐만 아니라 현장 수의사는 비효율적인 정책과 과도한 행정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농가와 수의사를 믿지 않는 풍토에서 나옵니다. 농가는 정책 서비스 대상이 아니라 감시 대상입니다. 민간 수의사는 국가방역에 있어 기본 제외 대상입니다. 방역당국이 필요 이상의 방역 관련 인력을 비롯해 축산차량 GPS 의무화, 거점소독시설 확대, 방역시설 수시 점검, 장기 특별방역기간 운영, 수시 이동제한, 출하 전 검사 등을 실시하는 이유입니다. 인체 보건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또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시행되는 방역 정책도 문제입니다. 드론 소독, 멧돼지 기피제, 축사 내 소독(가축있는 상태), 거점소독 의무화 등은 다른 나라에서 그 예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 검증된 근거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을 실시했는데도 역학차량으로 분류되는 현실은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가축방역의 목표는 단순히 가축의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발생건수, 발생지속기간 단축보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실효성 있는 방역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방역 정책을 통해 가능합니다. 수의사 등 전문가의 참여를 통한 과학적 근거 기반의 방역 시스템, 불필요한 행정 낭비를 줄이는 효율적인 점검 방법이 필요합니다.
돼지와사람(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