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모든 양돈농장은 언제라도 내 농장으로 질병이 유입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멧돼지 차단 조치, 소독 등 차단방역과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이행하고, 의심증상을 발견하는 즉시 방역당국에 신고해 달라.” - '24년 8월 22일 농림축산식품부
“가축전염병은 주로 사람과 차량을 통해 전파되므로 거점 소독시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25년 1월 24일 농림축산식품부

우리나라 방역에서 '소독'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방역이 곧 소독이라고 느낄 정도입니다.
관련 법령에 따라 모든 농장은 소독시설을 반드시 구비해야 하며, 농장을 출입하는 차량뿐만 아니라 사람 등에 대해서 매번 소독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제 농장 관리자 역시 돈사 내 진입 전 전실에서의 소독은 필수입니다. 축산차량의 경우 거점소독시설을 거쳐야 합니다. 정부가 날을 정해 돈사 내외부뿐만 아니라 농장 주변을 일제히 소독하는 것은 관행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상의 것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평상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되며, ASF, 구제역 등이 발생하는 경우 방역 미흡을 이유로 살처분 보상금이 훅 깎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소독'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소독제를 뿌리거나 사용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전에서 '소독(消毒, Disinfection)'은 '병의 감염이나 전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병원균(병원성 미생물)을 죽이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멸균(滅菌, Sterilizatio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모든 균(미생물)을 완전히 없애 무균 상태로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소독과 멸균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소독은 모든 미생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아니며, 일정 정도 질병을 유발하는 균의 숫자(활성)를 줄이는 것을 뜻합니다. 이를 통해 균의 감염력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실제 소독에 쓰이는 소독제의 경우 허가 등록 실험에서 일정 정도 균을 줄이는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제품 판매를 허가해 줍니다.
반면, 멸균은 병원균을 포함해 균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뜻합니다. 멸균 상태에서는 당연히 감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전염병이 발생할 수 없습니다. 멸균 방법에는 고압증기, 건열, 방사성, 가스 등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소독은 병원균을 제거하는 과정이며, 멸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농장 현장에서는 소독을 통해 멸균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소독을 철저히 했더라도 병원체 일부가 유입될 개연성이 있습니다. 결코 맹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ASF 바이러스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옷과 신발을 교체하고, 필요하다면 위생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교차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작업동선 조정도 도움이 됩니다.
아울러 소독은 유기물(오염물) 등이 제거되었을 경우 효과가 제대로 나타납니다(관련 기사). 유기물이 있는 상태에서 소독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합니다. 적어도 농장에서는 세척이 소독보다 더 중요합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