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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26)]가족 버린 비정한 동물? 수컷 멧돼지가 무리를 떠나야만 하는 '이유'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에 관한 각종 이야기들이 한동안 언론을 장식했었는데요. 사실 돼지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은 맞지만 가정사적인 측면에서는 인간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다지 화목하지 않다는 것을 혹시 아시나요?

 

 

돼지 농장에서 생활하는 돼지들과 가끔씩 뉴스에 등장하는 멧돼지는 보이는 모습은 사뭇 달라도 사실 같은 돼지입니다. 멧돼지들은 원래 돼지들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 행동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돼지 농장에 있는 돼지들의 본능적인 습성을 배우기 위한 모델로 야생 돼지들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처럼 민가나 도심으로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고 먹을 것을 찾는 행동은 본능이 아니지만요.

 

오늘 설명드릴 내용은 '야생 돼지 가족 이야기'입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가족이라 하면 대체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아이들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떠올리곤 합니다. 그렇다면 야생의 돼지들은 어떻게 살까요?

 

 

일반적으로 야생 돼지들은 2~4마리의 모돈과 그 모돈이 최근에 낳은 새끼들로 하나의 무리를 구성하는데요. 이 무리를 '사운더스(sounders)'라고 합니다. 이 모돈들은 혈연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요. 무리 내의 야생 돼지들은 엄마와 딸, 또는 자매지간이라고 하구요. 할머니, 엄마, 이모 거기에 사촌들이 함께 따라다니는 형태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이렇게 하나의 가족으로 연결된 돼지들은 가끔 이사를 다니며, 정착한 지역에선 일정한 거주 반경 내에서 함께 생활합니다.

 

야생의 돼지들은 보통 10~12월 사이에 짝짓기를 합니다. 115일간의 임신기간을 지난 새끼들이 태어나면 이동을 멈추고 분만을 위해 만들어 놓은 둥지에서 계속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젖을 뗄 무렵(야생 돼지의 포유는 2~3개월)이 되면 다시 엄마와 외할머니 또는 이모들이 주축이 된 어른들과 그 새끼들이 함께 무리를 지어 움직입니다.

 

 

그러면 수컷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수컷 돼지들은 무리에서 나와 홀로 생활을 합니다. 고독하게 혼자 생활하던 수컷은 위에서 얘기했던 짝짓기 철이 되면 그때야 암컷과 만나 2세 생산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다시 사라집니다. 어찌 보면 무심하고 나쁜 아빠처럼 보이는 수컷 야생돼지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근친 간의 짝짓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짝짓기를 마친 수컷뿐만 아니라 어미에게서 태어난 수컷들도 생후 6개월이 지나 성 성숙이 이루어질 무렵이면 자신이 속한 무리의 영역을 떠나 홀로서기를 한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 시점이 모돈들의 발정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암컷의 발정기에 무리를 떠난 수컷들은 자신이 속했던 무리가 아닌, 다른 무리의 암컷들을 찾아 나서는데요. 보통 한 무리에 있는 암컷들은 서로 간에 페로몬의 영향으로, 또는 주변으로 다가오는 수컷의 냄새에 의해 비슷한 시기에 발정이 유도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암컷들의 무리로 몰려온 수컷들 간에는 힘겨루기가 벌어집니다.

 

 

수컷들은 처음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걸으며 서로 덩치를 비교합니다. 덤벼서 될 만한 상대인지 아닌지를 탐색하는 단계이구요. 이 탐색이 끝나면 서로 빙글빙글 돌다가 어깨를 맞대며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주둥이로 상대를 힘껏 밀어내구요. 대부분의 싸움은 큰 상처 없이 이 정도에서 끝납니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심한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돼지 농장에 있는 수컷들도 그렇지만 야생의 돼지들도 몹시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빨은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날카롭습니다. 만일 수컷이 이빨로 목이나 어깨를 물면 상대는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그래서 수컷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발정기 때 목과 어깨 부위의 피부가 더 단단해진다고 하구요. 또 나무에 어깨나 목 부위를 강하게 문지르면서 나무의 진액이 이 부위에 스며들게 해 보호층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싸움을 통해 승자가 가려짐에도 불구하고 종종 한 마리의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과 발정기에 짝짓기를 할 수도 있구요. 그래서 한 암컷이 낳은 새끼 중 아빠가 다른 새끼들이 태어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돼지의 가족 구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동화나 만화에서 등장하던 돼지 부부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제가 기억나는 건 애니메이션 '씽(Sing)'에서 가수를 꿈꾸며 25명의 자식을 키우는 엄마 돼지와 늘 회사일에 지쳐있던 아빠 돼지인데요. 실제 야생의 돼지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이제 아시겠죠? 또 그동안 수컷 멧돼지들이 무리를 버리고 떠나는 무책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을 텐데요! 수컷 돼지에 대한 오해도 조금은 풀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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