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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25)]돼지 전문 수의사가 말한다...'잔혹한 도태'영상 속 문제점들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한 돼지 농장의 자돈 도태 장면을 보고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으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돼지 농장을 다니며 돼지를 살피는 돼지 수의사로서 무언가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그동안은 가볍게 돼지 농장의 돼지 이야기를 풀어갔었는데 오늘은 아주 무거운 내용이 되겠네요.

 

"꼭 망치로 죽여야만 했나요"... 돼지 전문 수의사가 바라본 '잔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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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돼지 농장에서 돼지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안락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이번 문제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돼지의 도태인가. 안락사인가?

 

이번 사건은 언론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자돈을 대상으로 진행된 도태'라고 보도가 되었는데요. 돼지 농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득이하게 도태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도태라는 용어 대신 안락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요. 농장에서는 안락사를 경제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안락사 여부는 돼지의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일반적인 돼지 농장에서는 최대한 모든 돼지들이 건강하게 자라며 농장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돼지들이 생깁니다. 농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치료하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스러워하는 돼지들에 대해서는 부득이하게 농장에서 안락사를 실시하게 되죠.

 

2. 안락사의 기준(안락사를 고려해야 할 시점)은 무엇일까요?

 

안락사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은 ▲적절한 시점에서 안락사가 진행되는 가와 ▲인도적인 방법으로 안락사가 진행되는가입니다. 안락사가 고려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가 되는 개체에 대한 충분한 보살핌의 노력이 진행되었음을 전제로 합니다. 문제가 되는 돼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살핌과 치료가 우선되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돼지가 지속적인 통증이나 고통을 느낀다고 판단되면 안락사를 고려해야 하고요. 안락사는 잘못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적절한 시점에서 시행하지 못해 돼지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에 적절한 안락사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안락사의 실시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성립되야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수의학적인 기준에서 안락사를 고려해야 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가 되는 개체를 3일 이상 집중 관리했음에도 차도가 없는 경우

▶심하게 부상을 입었거나 기립/이동이 불가능한 개체 중 회복이 어려워 보이는 경우

▶체형이 심하게 위축되고 기립/이동이 불가능한 개체

▶탈장 부위가 터지거나 탈장 부위가 괴사된 경우

▶일어섰을 때도 탈장 부위가 땅에 닿아 보행을 어렵게 하거나 궤양을 일으키는 경우

▶직장 탈장이 발생하여 괴사로 진행된 경우

▶자궁 탈장의 발생 시

 

이런 개체들은 결국 집단생활이 불가능하며, 이들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은 수인한도(피해의 정도에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정도라고 판단되므로 신속하게 안락사가 결정되어야 합니다.

 

3. 인도적인 안락사를 위한 방법

 

인도적인 안락사를 위해서는 아래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의식의 신속한 상실을 일으킬 수 있을 것 (Rapid loss of consciousness)

▶이후 심장기능과 호흡 기능의 정지를 가져올 것 (Followed by cardiac or respiratory arrest)

뇌 기능의 완전한 상실을 가져올 것 (Ultimate loss of brain function)

 

동시에 이를 위해 사용되는 방법은 인도적인 방법이어야 하며 동시에 안락사를 실시하는 사람에게 위해가 가지 않는 방법이어야 하는데요. 따라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안락사는 다음 3가지 기전 중 한 가지를 통한 방법이어야 합니다.

 

 

▶신체기능 작동을 위한 신경계의 직접 억제 (약물 주입을 이용한 방법 : Barbiturate)

 장점 : 실시자가 가장 부담 없이 실시할 수 있음

 단점 : 가격이 비싸고 사체에 약물 잔류의 위험이 있음

          약물 취급은 허가를 받은 수의사만 가능함

 

▶저산소 상태 : 이산화탄소 이용

 장점 : 관리자의 부담이 적고 약물 잔류 걱정이 없음

 단점 : 안락사 유도를 위한 탱크의 제한된 크기로 몸집이 큰 돼지는 사용이 어려움

 

▶뇌기능의 물리적 파괴 및 심장 기능 정지

 장점 : 현장에서 적용이 가장 용이하며 약물 잔류 걱정이 없음

 단점 : 실시자의 안전 문제, 실시자의 심리적 충격이 큼

 

뇌기능의 물리적 파괴법은 두부를 타격하여 의식상실을 일으키는 방법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 물리적 파괴를 유도하는 특수한 장비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화약을 이용해 두부를 타격하는 '캡티드 볼트'라는 장치가 사용됩니다. 이 캡티드 볼트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요. '압축 공기' 또는 '화약'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압축 공기를 이용하면 이용시 발생되는 힘의 한계 때문에 체구가 큰 개체에 적합하며 작은 개체에는 사용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장치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사용입니다. 안락사 대상 동물의 신속한 의식 소실을 위해서는 정확한 부위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실시자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전기를 이용하는 방법은 고압의 전류를 순간적으로 흘려보내 심장의 기능을 정지시켜 안락사를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전기를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300 볼트 이상 전압이  필요하며, 안락사 대상 동물을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 전기를 사용하는 문제로 실시자의 안전성도 충분히 고려되야 합니다. 아직 사용조건 제약으로 인해 국내 농장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는 방법이지만 뇌 기능의 물리적 파괴법을 대신해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안락사 실시의 마지막 단계

 

안락사 진행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의식 소실 여부 확인과 최종적인 사망 확인입니다. 이 부분이 인도적 안락사를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식 소실 확인은 더 이상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단계이고요. 심장 박동과 호흡 중지를 통해 최종적인 사망 확인을 하게 됩니다. 의식 소실 여부는 여러 가지 반사 반응 여부를 통해 확인합니다. 만약 반사 반응이 남아 있다면 신속하게 한 번 더 전단계 과정을 실시해 의식 완전 소실을 유도해야 합니다. 의식 소실이 확인되면 심장 박동과 호흡의 중단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며 사망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사체 이동, 처리 과정을 실시합니다.

 

5. 현장에서 느끼는 안락사의 어려움

 

지금까지 설명드린 내용을 기준으로 국내 농장에서 현장 안락사를 실시할 때 어려움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국내에선 약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방법에 현실적인 제약이 매우 큽니다. 약물은 취급 자격이 있는 수의사가 정확한 사용기록 하에 동물병원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농장에서는 진행되는 안락사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방법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려면 밀폐시설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엔 이 시설이 없습니다. 또 현재 기술로는 시설 자체도 크게 만들 수 없어 큰 돼지들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시설로 전락해 현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짙습니다.

 

따라서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뇌기능의 물리적 파괴법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던 캡티브볼트와 같은 안락사 도구는 국내에서 법률적인 문제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일단 화약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는 부득이하게 다른 도구를 이용해 두부를 가격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장에서 사용되는 도구의 한계로 인해 인도적 안락사의 기본 원칙인 신속한 의식소실을 유도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현장에서 안락사를 실시하는 농장 식구들이나 돼지들에게 모두 고통스러운 부분입니다. 따라서 현장에서 안락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도구의 사용이 허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이 도구를 사용하는 농장 및 담당자에 대한 허가 및 실시자에 대한 철저한 교육, 담당 부서 및 현장에서의 철저한 관리가 수반됨을 전제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방법과 그를 위한 도구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돈 도태 영상 속에서 드러난 문제점

 

이제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동영상에서 보였던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안락사 대상의 선정의 적절성입니다. 현장 관계자분은 질병적인 문제로 현장에서의 안락사가 진행되었다고 했습니다. 물론 현장의 정확한 내용을 보고 듣지 못한 상황에서 대상의 적절성 여부를 단정지어 말씀드리기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농장에서 안락사 대상으로 선정한 돼지들이 위에서 언급했던 안락사 대상의 조건에 부합하는 심각한 상태의 개체였을까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로 안락사의 인도적 실시에 대한 부분입니다. 일단 여러 마리의 자돈들이 있는 좁은 공간에서 실시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개체들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실시되야 하는 부분을 간과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인 의식 소실 확인과 사망 확인에 대한 절차가 없었습니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보이고요.

 

농장 현장에서 부득이하게 진행되는 안락사는 농장 식구들과 저 같은 수의사에게 고통스러운 순간이면서도, 어쩌면 고통스러워하는 돼지들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 안락사가 진행되는 순간은 농장식구들이 돼지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앞으로 남은 돼지들이 같은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도록 더욱 잘 돌보겠다는 다짐이 함께하는 엄숙한 순간입니다. 물론 이런 안락사 대상이 될 돼지들이 되도록 나오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부득이하게 나올 경우 위에서 언급했던 안락사의 원칙이 현장에서 최대한 지켜질 수 있도록 돼지 농장과 축산 당국,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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