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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알쓸신돈

[2017 덴마크 알쓸신돈 (4)] 덴마크 모돈의 엄청난 잠재력은 어떻게 실현되는가?.

(주) 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알쓸신돈’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통방통한 양돈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 돼지와사람]

덴마크의 신통방통한 성적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막연하게 '이것저것 다 좋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혼란만 초래하기 쉬울 것 같다. 알쓸신돈에서조차 자꾸 변죽만 울리고 진짜 핵심은 슬쩍 피해가는 것보다는 먼저 그들의 높은 성적이 꾸준히 유지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짚어보고 가고자 한다.

아래 사진은 덴마크에서 방문했던 Lundegaard 농장의 분만사에서 찍은 것으로 사산이 5마리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실산 자돈이 23마리나 되는 엄청난 산자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모돈의 유전력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분만부터 이유 후 다음 교배할 때까지뿐만 아니라 임신 기간 내내 모돈의 건강한 커디션을 100% 유지할 수 없었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필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현장에서의 경험과 외국의 농장 방문 등을 해 오면서 한 가지 강한 확신을 갖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PSY 40두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0년 전에 평균 산자수를 16두 이상 쏟아내고 초산 모돈도 15두의 이유자돈을 층아리 하나없이 길러내는 등 당시로서는 유럽에서도 보기 힘든 성적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상했던 것보다 30% 가량 모돈 생산성이 높다 보니 밀사를 시키고도 시설 부족으로 이유자돈들이 갈 곳이 없어 분만틀까지 자돈들로 넘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아래 사진은 유럽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필자가 10년 전에 찍었던 사진이다.




그런데 해당 농장 근로자의 대부분은 아는 것 없고 서툰 외국인들이었고 거의 8시에 출근해서 5시면 퇴근을 했었으니 세밀한 관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간호분만이라는 개념도 없고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는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살릴 수 있었던 사산 자돈이 늘 그득하게 담겨 있었다. 그래도 주체하지 못 할만큼 많이 태어나는 자돈들 때문에 이유두수는 12~13두 대를 어렵잖게 기록했었다.


게다가 엄청난 이유두수로 자돈사부터 육성비육사까지 전혀 바닥이 보이지 않을만큼 충격적인 밀사가 자행되었지만, 출하일령은 145~160일령이면 110kg 전후에 모두 빠져 나갔으니 돼지 키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쉬웠다.

지금까지 돼지를 정말로 잘 키운다고 하는 농장을 보면 사실 특별한 비결이 없어 보이는 것이 중요한 공통점이고 덴마크에서 견학했던 농장 역시 직원 숫자도 우리처럼 많지 않고 열심히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렇게 누군 맨날 노는 것 같은데도 늘 100점을 받아버리는 친구를 보면 무슨 초능력이 있는가 싶어 한없이 부럽다가도 은근히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덴마크에서는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도 주 35시간 밖에 안 되고 PSY 30두 정도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작 20두 수준에 불과한 평균 이하의 성적으로 아무나 만들어 내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덴마크 평균 PSY는 매년 0.5두씩 꾸준히 증가하여 지난 10년간 무려 5마리나 더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그저 신기해 할 일이고 다른 누군가는 자괴감에 허탈한 웃음이 나올 얘기일 수도 있다.




도대체 뭣 때문일까? 도대체 왜…?

혹자는 덴마크의 좋은 성적은 그 나라의 온,습도 등 자연 환경이 잘 맞아서 가능한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전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그저 지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외부적 요인일 뿐이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윈치 조절 자돈사에는 한 겨울에 냉기가 쳐들어오고 음수라인이 걸핏하면 동파되기 일쑤였지만, 자돈들은 물과 사료만 굶기지 않으면 별 탈 없이 커 주었다. 지금처럼 돼지들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한 온갖 사양관리 기법이 도입된 시절도 아니었다. 

돈사에 단열을 해주거나 입, 배기 환기휀을 설치하는 건 언감생심, 오히려 샛바람이 여기저기 들어올 수 있게 밀폐를 꼼꼼히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환기를 보장하는 방법이었다.



지금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관리 방식이다. 과거에 비한다면 시설, 환경이 하늘과 땅 차이만큼 개선이 되었지만 최근 덴마크에서 종돈을 들여오더라도 기존 북미형 종돈보다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현재 종돈은 북미형이든, 유럽형이든, 메시와 호날두의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들의 두 배가 넘는 주 70시간 이상을 일하고도 유럽과 엄청난 차이가 벌어지는 것일까?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쉬운 비유를 들어 보고자 한다.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 힘들 만큼 폭발적인 드리블 능력에서 볼 때 세계 최고라 불리는 메시와 호날두가 지금 서로 조건이 다른 코스에서 마라톤을 한다고 가정을 해 보자.


메시는 가벼운 런닝화를 신고서 순탄한 아스팔트 위를 뛰고 뒤에선 시원한 바람도 등을 밀어주고 있다. 반면에 호날두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서 맞바람이 부는 울퉁불퉁하고 가파른 언덕길을 뛰어가야 한다. 

제 아무리 번개 같던 롱다리 호날두가 숏다리 메시를 이기겠다고 용을 써 본들 얼마 못 가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수 밖에 없다. 메시는 별로 힘을 안들이고도 목표 지점에 다다를 수 있지만 호날두는 절반도 채 못 가서 게임은 싱겁게 끝나버리게 될 것이다.

이처럼 모래 주머니, 맞바람, 언덕길은 호날두의 질주에 엄청난 걸림돌이 되고 체력을 단숨에 고갈시켜 버리는 장애요인이 된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 보겠다. 비행기는 비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엔진을 작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인공위성은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만 로켓엔진을 작동시키고 궤도에 진입한 후에는 추가적인 로켓엔진의 작동 없이도 관성에 의해 속도를 유지하면서 지구의 타원궤도를 비행하게 된다. 



이것은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이 거의 없고 공기의 저항도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일 인공위성의 궤도가 충분히 높다면 수십 년, 수백 년씩 계속해서 지구를 돌 수도 있다.

덴마크에서 양돈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PSY 30 이상의 성적은 당연히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PSY 45두를 목표로 하는 농가가 존재하는 것은 인공위성이 어떻게 로켓엔진의 힘도 들이지 않고 지구의 자전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지구의 ‘궤도’를 운행할 수 있는지를 알면 매우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기의 저항이나 마찰이 전혀 없고 지구의 중력이 거의 사라진 그 ‘궤도’가 갖고 있는 물리적인 조건으로부터 나온다.

인공위성이 발사대를 떠나 엄청난 공기 저항과 중력이라는 장애물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궤도에 진입하기 전에 추락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양돈장의 관점에서 볼 때는 바로 PRRS와 같은 소모성 질병으로 인해 파생되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질병의 도전은 농가들이 PSY 30이라는 궤도 위로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모성 질병은 조그만 환경 변화나 사료품질의 변화, 사소한 사양 관리 미흡에도 농장에 큰 피해를 일으키는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질병이 없는 농장은 공기 저항과 중력이 거의 없어서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음속의 30배가 넘는 강력한 속도로 인공위성을 운행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높은 성적을 내는 것이 쉬워진다.


덴마크는 4농가 중 3농가가 SPF 농장 인증을 받고 있고 그들 중 대부분이 많은 돼지 질병이나 기생충으로부터 음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돼지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인 PRRS가 2/3에 해당하는 농장에서 음성이고 양성인 농장도 안정화되어 있거나 병원성이 매우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나머지 질병들도 크게 활성화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비옥한 토양에서 자체 생산되어 풍부하고 선도가 높은 곡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돼지의 면역 안정성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사료의 품질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운동 선수가 잠재된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프지 않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영양가 높은 음식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10년 전에 한국의 한 농장에서 경험했었던 유럽을 능가하는 성적은 바로 대부분의 대한민국 농가들이 겪고 있는 소모성 질병이 없는 상황에서 유럽이 제시하는 사양관리 매뉴얼 중 핵심 몇 가지를 잘 적용했었기 때문에 특별한 시설 환경적 이점이나 사양관리 노력 없이도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위 사진은 덴마크가 강조하는 성공의 핵심 요인을 응집해 놓은 것으로 유전력, 방역, 시설환경, 영양 이 4가지가 기본이다. 마치 퓨리나의 4원 계획을 그대로 베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유전력은 우리도 거의 유럽과 동일한 수준의 종돈을 들여와서 사용하고 있다. 차단방역과 사료영양은 유럽과 우리의 현실에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핵심 과제이다.

시설과 환경은 더 좋으면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아주 심각한 엉터리가 아닌 이상 PRRS와 같은 소모성 질병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안정적인 사료품질이 유지되는 한 돼지는 저절로 크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한 농장의 건강한 기초 위에 유럽의 경험들이 적용되고 똑똑하고 부지런한 한국인들의 섬세한 손길이 결합된다면 우리도 능히 PSY 40두를 달성하는 농장들이 머지 않아 나타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금테를 두른 한라봉이 될 날도 좀 기대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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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돼지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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