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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시의 화분, 농촌의 희망이 되다

축산환경관리원 경영전략실장 한갑원(경제학 박사)

도시의 풍경은 바쁘고 밀도 높지만, 그 안에도 작고 푸른 변화가 자라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의 화분, 옥상 한편의 텃밭, 골목길의 식물정원까지. 도시농업은 이제 단순한 취미를 넘어, 도시민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누군가는 퇴근 후 직접 키운 채소로 저녁상을 차리고, 누군가는 자녀와 함께 흙을 만지며 하루의 피로를 덜어낸다. 그렇게 도시 한복판에서 흙과 식물, 햇볕과 비를 매개로 도시와 자연은 다시 연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도시농업 참여자는 10년 전보다 220%나 늘었고, 도시 텃밭 면적도 180% 이상 증가했다. 국민 3명 중 1명이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다는 통계는 도시민과 자연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도시농업은 단순히 채소를 기르는 활동을 넘어, 삶을 건강하게 돌보고, 지역 공동체를 잇고, 환경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움직임은 농촌에서 생산된 가축분뇨 퇴비와 액비가 도시농업 현장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가축분뇨의 처리 과정이, 이제는 도시의 채소, 과일 등의 먹거리를 떠받치는 자원이 되어 다시 도시민의 삶 속으로 돌아오고 있다. 발효와 정제를 거쳐 악취와 불순물을 줄인 액비는 화학비료를 대신하면서도, 도시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순환형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농촌에서 시작된 한 줌의 퇴비가 도시의 옥상에서 바질을 키우는 데 쓰이는 풍경은, 그 자체로 농업이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물론 도시농업만으로는 농촌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가인구는 222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였고, 이후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인해 현재는 200만 명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도 149만 명 선에 머물고 있으며, 고령화와 함께 농업 기반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대규모 생산이 필요한 농업의 본질은 여전히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고, 도시농업은 그에 비하면 생산성 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농업이 도시민과 농업,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매개로서 역할을 한다면, 이 흐름은 충분히 의미 있다.

 

실제로 도시 텃밭을 가꾸면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청년들이 스마트팜 기술을 배우고, 귀농을 준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과 수원, 청주 등지에서는 도시형 청년농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도시농업이 농업 진입의 전 단계이자 경험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텃밭이 일자리를 만들고, 흙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풍경은 도시농업이 가진 사회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부의 정책 흐름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최근 시행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은 농촌의 무분별한 개발과 인구 유출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을 삶터와 쉼터, 일터로 재정비하려는 시도다. 이 법은 농촌특화지구 지정, 주민협정, 농촌협약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구 유입과 지역 활력 회복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농촌공간 정책과 도시농업의 흐름이 맞물릴 때, 도시에서 자란 농업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농촌의 활력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적으로도 활발하다. 싱가포르의 ‘Sky Greens’는 저탄소 수직 농장을 운영하며 전통 농업보다 5~10배 높은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보여주고 있고, 미국 ‘AeroFarms’는 IoT와 AI를 활용한 무농약 스마트팜으로 물 사용을 95% 줄이며 지속가능한 도시농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 교토의 ‘Spread’, 네덜란드의 ‘PlantLab’, 시카고의 ‘The Plant Project’ 등도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의 빈 공간을 농업으로 채우며 새로운 일자리와 식량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각국이 도시 안에서 농업의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도시농업도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고 도시농업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청년농 육성, 농촌 기반 인프라 확대, 생활인구 정착 지원, 재생에너지 연계와 같은 보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정책들이 함께 가야 한다. 도시농업은 그 가운데에서도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장 따뜻하고 실천적인 다리다. 개인의 작은 참여로부터 시작되는 농업, 공동체와 연결되고, 자원과 정책을 하나로 묶어내는 활동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지금 내 창가에 놓인 화분 하나, 주말마다 찾는 텃밭 한 평이 도시의 미래를 바꾸고, 농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도시농업은 더 이상 소수의 여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다. 오늘의 작은 실천이 내일의 도시를 바꾸고, 농촌을 되살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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